역사적 예수의 복음서 기술은 신뢰할 수 있다? 왜?

성경은 역사적 사실의 기록일까? 실증주의 입장에서 따기기 때문에 그것을 증명해 보이고자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증이라는 것도 과학의 입장만 대변하기도 한다. 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전체를 실증할 수가 없다. 누군가는 얼굴 전체를 그려낼 수 있고 누군가는 눈과 표정에만 집중적으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도 그렇다. 모든 역사는 사실의 역사가 아니라 기록의 역사다. 그 기록을 하는데 있어서 사가의 중점 의도가 드러나기 마련인 것이다.

 

 

그렇다고 성경이 그 당시의 기록이라는 뜻이 아니다. 성경의 기록은 그 사건이 있은 후 한 참 지나서 기록된 내용물이다. 물론 그 기록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꾸며낸 것이거나 신화를 차용한 게 아니다. 그 시대에 있던 사건과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들이 주변과 후대에 구술을 해서 전해 내려온 것이다. 그걸 시간이 지나 엮다 보니 관점이 다를 수 있고 의미부여와 강조점도 엇갈릴 수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내용은 안용성의 〈교회를 위한 성서학〉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가 왜 성서학에 눈길을 뒀을까? 신학생 시절에도 그렇고 목회하고 설교하면서 고민한 부분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성경의 창세기만 해도 서로 다른 내용이 기록돼 있고 신약의 예수님에 관한 사건도 살짝 다르기 때문이다. 그걸 교회 교우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한 것이었다.

 

그를 위해 그가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인용한 것은 성경과 동시대의 산물인 그리스-로마 역사가와 전기 작가들의 연구물이다. 이른바 타키투스 수에토니우스 플루타르코스 등의 저술들 말이다. 각기 로마와 그리스의 역사를 기술한 그들도 구술에 근거하여 가장 이른 작품을 근간으로 서로 다른 입장과 주관점을 덧붙이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는 것이다. 성경의 기록 특히 신약성경의 사복음서 기자들도 그와 다르지 않는 방식을 취했다는 뜻이다. 그것이 거짓이거나 신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요 예수님 시대에 활동한 이들로부터 전해들은 구술 방식을 기록한 내용물이라는 뜻이다.

 

“성서학계에서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이 마가복음을 자료로 사용했다는 마가우선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키너는 수에토니우스가 타키투스를 사용하여 전기를 서술하는 방법이 마태와 누가가 마가를 자료로 사용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마태와 누가는 마가복음을 역사 자료로 사용하여 그리스-로마의 역사가들과 전기 작가들이 역사를 서술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두 복음서를 저술했다.”(72쪽)

 

“전기의 목적은 주인공의 인물됨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 목적을 위해 자료를 취사선택할 수 있고 또 사실의 디테일을 각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타키투스와 수에토니우스와 풀르타르코스가 황제 오토의 자살 사건을 조금씩 다르게 기록한 것에 대한 간접적인 설명이 될 수 있다.”(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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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면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왜 성경에 대한 사건의 기술이 약간 다른지, 어떤 부분을 더 부각시켰는지, 왜 시간 상의 차이가 나는지 등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얼굴의 표정이 다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얼굴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말이다.

 

그처럼 복음서는 그 시대의 기준으로 보아 전기와 역사로서 손색이 없는 책들임을 알 수 있다. 복음서 저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담고자 의도를 갖고 기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의 기록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지은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깨달은 바를 구술로 전해 내려온 이들로부터 듣고 기술한 것들이다. 그만큼 역사적 예수에 관한 복음서 기술은 신뢰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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